회고를 쓰기에 앞서, 이 작업을 위해 얼마만큼의 시간을 투자했는지 일정을 돌이켜보았다. 처음 대표님께 '입문자를 위한 CSS 강의를 만들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은 것은 4월 9일이었고, 프론트엔드 멘토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실질적인 일정을 계산하고 커리큘럼을 짜기 시작했던 게 4월 11일이다. 약 4개월이 지난 8월 5일, 촬영 및 편집까지 완료 된 강의 영상을 자료와 함께 서비스 페이지에 업로드했다.
처음에 강의 제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내가 감히..?' 였다. 실무 경험이 있다고는 하나 개발을 처음 배우는 사람들에게 특정 언어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기에는 내 배움이 너무 얕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살면서 100% 내가 준비되었다고 느끼는 상황에서 기회를 맞이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는가? 나의 기준에서는 늘 무언가 부족하고 아쉬울 것이다. 그러니 지금의 내 수준에서 가능한 최선의 내용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강의 커리큘럼을 준비했다.
기초 강의 작업을 마무리하고 심화 강의 작업에 착수하는 현 시점에, 강의 촬영 과정을 통해 느낀 것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CSS의 전반적인 흐름과 개념에 대한 정리
CSS의 레이아웃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돌이켜 정리할 수 있었고, 그러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왜 일어났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나름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CSS의 상속과 캐스케이딩에 대해서도,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정리된 언어로 명징하게 기술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며 상속과 캐스케이딩 등 CSS의 기본 동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리할 수 있었다.
왜?의 중요성에 대한 복기
나는 컴퓨터공학과 완전 무관한 비전공자로 퍼블리셔를 거쳐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었기 때문에 개발 공부를 하다가도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다른 것이 아니라 바로 나의 얕은 CS 지식 때문이다. 최근에는 Javascript의 observable과 반응형 프로그래밍(reactive programming)에 대해 찾아볼 때가 그러했는데, 프로그래밍 패러다임이나 컴퓨터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와 얽혀있는 이론에 대해 공부할 때에는 그야말로 외국어를 읽고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럴 때에는 '이 단어는 무슨 의미지?', '왜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거지?' 하는 식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것'에 대해 끊임없이 파고드는 자세가 필요하다. 누군가가 적어놓은 개념을 '원래 이런거구나' 하고 암기하듯 학습해버리면 결국 그 원리를 끝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번 커리큘럼을 준비하며, CSS의 영역에서도 내가 그냥 그렇게 '암기'해버린 개념이 많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왜?"를 고민해보면 금방 결론 내릴 수 있는 문제였는데도 일하기 급급해서 별 생각 없이 습득해버린 개념들. 강의 대상이 입문자들이었던 만큼 이러한 '왜?'의 여지가 없도록 원인과 결과를 최대한 분명하게 밝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에서 나 또한 사고 훈련이 되었다.
말하는 방법에 대한 훈련
내가 말하는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하고 피드백까지 하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작업이었다. 중간 중간 발음이 씹히는 부분이라던가 내가 의도했던 바와 다르게 들리는 부분들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했으며, 다음 차시 촬영에는 최대한 개선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재촬영까지도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 그 검수 과정에서 느껴지는 부끄러움은 덤이다. (녹음된 내 목소리 듣기 정말 힘들더라.) 덕분에 그간 모르고 살았던 내 말하기 습관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심화 촬영을 진행하며 최대한 고쳐볼 생각이다.
일단 시도해보자는 마음가짐
나는 이상한 완벽주의가 있다.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100%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면 새로운 것에 쉽게 도전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이게 나의 성장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번 경험을 통해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세상에 무언가를 '처음' 할 때에 100%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설사 시작하는 단계에서 내가 100%라고 생각했더라도, 실제로 프로덕트를 만들다 보면 그게 100% 중 100%가 아니라 120% 중 100%, 150% 중 100%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무엇이든 기회가 왔을 때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나머지는 지금까지 쉬지 않고 성실하게 공부해온 과거의 나와,
이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기 위해 책임감을 가지고 달릴 미래의 나에게 맡기는 것으로!
덧붙임 (2022.12.07)
바로 이 강의가 인프런에도 올라왔습니다. (두둥!)
이미 퇴사한 시점이라 저에게는 돌아오는 것이 없지만, 입문자를 위해 열심히 만든 강의니 관심있는 분들은 한 번 둘러보세요.
마침 연말 세일이라 1100원이라는 파격가에 판매중. (두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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