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코로나 3차 백신을 맞은 뒤 열이 올라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충동적으로 보기 시작한 만화다. 야마시타 토모코의 만화 중 처음으로 제대로 읽은 작품. 왜 그렇게 갑자기 읽기 시작했냐면..
이 장면 때문에.
(무려 이 장면이 뒷표지에 들어가있다. 대원씨아이 영업 잘한다.)
작품 소개
소설가 코다이 마키오(35)는 언니 부부의 장례식에서 고아가 된 언니의 딸 아사(15)를 친척들이 서로 떠넘기는 것을 보고, 발끈하여 충동적으로 자신이 맡겠다고 나선다. 그러나 바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타고난 극도의 낯가림이 발동! 타인과 함께 생활하는 걸 불편해하는 자신의 성격을 그만 깜빡했던 것이었다…. 반면, 아사는 낯가림은커녕 ‘어른답지 않은 어른’ 마키오와의 생활을 아무 거리낌 없이 자연스레 받아들이는데….낯가림 심한 이모&혼자 남겨진 조카. 둘이 함께 더듬더듬 그려가는 세대차이 동거일기.
IKOKU NIKKIⓒTomoko Yamashita/SHODENSHA Publishing Co., Ltd.
마키오와 아사는 보호자와 피보호자의 관계지만 일방적이거나 시혜적이지 않다. 마키오는 아사를 천애고아의 운명에서 건져주었지만 그녀의 구원자로 그려지지도 않는다. 마키오와 아사는 각각 독립적인 개인이며, 너무도 '다른' 사람이다. 누군가는 느끼는 외로움에 다른 한 사람은 공감하지 못하며, 누군가가 느끼는 번잡함과 숨막힘을 다른 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함께 산다. 서로의 다름을 받아들이고 잔잔한 애정을 주고받으면서.
이렇게 말만 들으면 루즈할 것 같은데, 디테일한 생활 묘사가 주는 몰입감 덕에 지루함을 전혀 못느끼고 앉은 자리에서 6권까지 읽어버렸다. 생활 묘사가 디테일하면 자연스럽게 상황에 몰입이 되고 인물의 심리 묘사에도 집중하게 된다. 아사의 감정과 마키오의 감정을 따라가며 불과 몇 시간동안 숨도 못 쉴 듯한 감정의 폭풍을 겪었다. (난 20대 초반부터 이런 걸 좋아했다.. 지금도 좋아한다.. 할머니가 된 뒤에도 좋아할 것 같다.)
명장면과 명대사가 정말 많지만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이만 줄인다. 올해가 시작된 지 14일밖에 안지났지만 감히 올해의 만화로 선정하고 싶다.
참고로 작년의 만화는 스킵과 로퍼였음.
원래 독서일기 스타트는 만화책이 아니라 다른 책으로 끊을 작정이었는데.. 별안간 이런 이야기를 만날 줄 누가 알았을까? 인생은 역시 우연한 만남의 연속이다. 짜릿하네. 책장이 모자라서 한동안 이북만 사서 보고 종이책은 사지 않았다. 하지만 위국일기는 사야겠다. 책장에 이 책이 쪼르륵 꽂혀있는 모습을 봐야만 직성이 풀릴 듯.
p.s. 혹시나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싶어 추신. 본문의 캡쳐는 합법적으로 구매해서 본 eBook의 내용 일부 발췌이다. 그리고 만화책은 연간 독서 목표에는 포함시키지 않을 생각이다. 그것까지 포함하면 연간 목표 50권으로 늘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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